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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 진위면에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정병헌씨가 폭설로 무너진 연동하우스를 바라보고 있다. “평생 이런 눈은 처음입니다. 40㎝ 가량 내린 눈에 연동 비닐하우스가 속절 없이 무너졌습니다. 올해 농사는 이미 끝났고 앞으로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경기 평택 진위면에서 7933㎡(2400평) 규모로 방울토마토농사를 짓는 정병헌씨(66)는 하루밤새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모두 붕괴되는 피해를 봤다. 평택을 비롯한 경기지역과 수도권지역에 26~28일까지 쏟아진 기록적 폭설로 시설채소단지가 밀집한 평택 진위면지역 비닐하우스 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피해를 당했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28일 오전 눈이 내리는 가운데 찾은 정씨 농장이 있는 하북리지역은 정씨 말대로 곳곳에 폭탄을 맞은 듯 붕괴된 비닐하우스들이 눈속에 파묻혀 있었다. 경기 평택 진위면의 정병헌씨가 폭설로 무너진 비닐하우스 안에서 수확을 할 수 없게된 방울토마토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정씨는 지난 7월엔 3일 동안 210㎜가 넘게 쏟아진 폭우로 비닐하우스가 침수되는 피해를 겪고 겨우 피해를 복구해 다시 농사를 시작했는데, 이번엔 눈폭탄을 맞은 것이다. “여름 폭우로 당한 침수 피해를 겨우 수습하고 7월말부터 다시 방울토마토를 심어 8~9월엔 폭염으로 생육이 불량하다 이제 겨우 정상화돼 본격 수확을 시작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근에서 6611㎡(2000평) 규모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정씨의 형 정병호씨(69)도 폭설 피해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는 “스마트팜으로 시설을 현대화해 양액재배로 방울토마토를 생산하는데 이번 눈에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두 정씨는 이번 눈이 적설량도 많지만 무엇보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습식눈이어서 단동하우스 보다는 연동하우스 피해가 컸다고 말한다. 대부분 연동하우스에는 겨울철 재배작물이 들어가 있어 난방을 하기 때문에 습기를 머금은 눈이 더 녹아 흘러내리지 못하고 비닐하우스 연결부위를 짓눌러 피해를 키웠다는게 이들의 분석이다. 3일동안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경기 평택 진위면 하북리 일대에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앉은 비닐하우스가 많다. 정병호씨는 “연동하우스는 시설현대화를 통해 첨단장비를 갖추거나 양액재배 등으로 각종 시설을 추가한 곳이 대부분이어서 붕괴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 밖에 없다”며 “다시 농사를 지으려면 눈이 녹은 뒤에나 복구할 수 있어 최소 3~4개월은 걸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 양상동에서 3966㎡(1200평) 규모로 방울토마토농사를 짓는 천용균씨(67) 또한 6개 연동하우스 이번 폭설에 붕괴됐다. 천씨는 “눈이 얼마나 무거웠던지 비닐하우스 철골이 바닥에 까지 닿았다”며 “양상작목반 50명의 반원 중 시설채소농사를 짓는 농가가 30여 농가인데 거의 모든 시설채소 농가의 비닐하우스가 폭설 피해를 당했다”며 망연자실 했다. 농가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새로 농사를 지으려면 무너진 하우스를 철거하고 새로 하우스를 지어야 하는데, 언제 눈이 녹을 줄 모르는데다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폭설 피해를 본 시설채소 농가 중 별도의 계약서 없이 땅주인과 구두 합의로 농사를 짓는 관행적인 임차농이 많아 피해복구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경기 안산 양상동에서 폭설로 무너진 비닐하우스 안에 트랙터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정병헌씨는 “평소 4628㎡(1400평) 규모의 연동하우스를 철거는데도 3000만원이상 드는데 폭설 피해로 인한 철거에는 외부 골조 뿐만아니라 내부 시설까지 모두 치워야하기에 비용은 더 들 것”이라며 “게다가 새로 연동하우스 1000평을 짓고 농사에 필요한 시설까지 설치하려면 3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70이 가까운 나이에 6611㎡(2000평) 이상의 농장을 철거하고 새로 지으려면 6억~7억원이 필요할 텐데, 융자가 가능하다고 해도 이 나이에 그 정도까지 투자해 다시 농사를 지어야하나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평택·안산=최상구 기자 sgcho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