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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등 배 주산지 열과 줄이어 영암 대봉감 66% 햇볕데임 집계 공주, 밤 생산량 30%가량 줄어 대파 작황 부진·양파 생육 불량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진주 찾아 영양제·비료 등 신속 지원 약속 '11일 경남 진주시 문산읍의 한 배농장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맨 앞줄 왼쪽 두번째)이 농협 관계자·농민들과 배 햇볕데임(일소) 피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진주=김병진 기자9월 중순까지 이어진 ‘가을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가 지역·작물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과수는 배부터 포도·감귤·밤까지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피해를 봤다. 수확기가 다가온 대파, 아주심기(정식)가 한창인 양파도 폭염의 습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여름은 끝났지만 폭염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9월 중순까지 이어진 ‘가을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가 지역·작물을 가리지 않고 발생해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햇볕데임(일소) 피해가 발생한 배. 나주=이시내 기자 ◆터지고 데이고…거의 모든 과수품목에서 피해=생육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던 배도 폭염 피해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남 나주 등 주산지를 중심으로 열매터짐(열과)와 햇볕데임(일소) 피해가 발생, 수확한 배 봉지를 벗기고 선별하는 과정에서 표면이 타들어가거나 갈라지는 현상이 뒤늦게 발견되고 있다. 한국배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배 주산지별 피해 정도는 20∼5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나주시 금천면에서 1만6528㎡(5000평) 규모로 배농사를 짓는 한정무씨는 “수확한 물량 가운데 3분의 1 이상에서 피해가 발생했는데, 햇볕데임 피해를 본 과일은 가공도 불가능해 전량 폐기해야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11월부터 수확하는 전남 영암 대봉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암군에 따르면 10일 기준 대봉감 재배면적 809㏊ 중 66%가 넘는 540㏊에서 햇볕데임 신고가 접수됐다. 김정현 영암 금정농협 상무는 “햇볕데임 피해를 본 대봉감은 떫은맛이 사라져 상품가치가 없기 때문에 버려지고 있다”며 “이번 피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폭염으로 나타난 명백한 자연재해”라고 주장했다. 경기·경북 등지에 있는 포도농가에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으로 착색 불량, 수확 지연은 물론 열매터짐·햇볕데임까지 겹친 것이다. 경기 포천시 소흘읍에서 ‘캠벨얼리’ 포도를 재배하는 김승기씨(72)는 “수확량도 판매액도 예년의 3분의 1 토막이 났다”며 “앞으로 ‘캠벨얼리’ 포도를 계속 재배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충남에서는 밤 피해가 컸다. 주산지인 공주의 경우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약 30%나 줄었고, 그나마 건진 밤도 썩거나 벌레가 먹은 충과가 적지 않다. 정치호 공주 사곡농협 전무는 “지난해 밤 매입량이 1380t이었는데 올해는 1000t 정도에 그쳤다”며 “밤 품질마저 안 좋아 판매 후 소비자에게 컴플레인을 많이 받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주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일 기준 노지감귤 열과율은 22.8%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9월말 최종 열과율 8.2% 대비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만감류 ‘레드향’도 같은 날 기준 열과율이 35.8%로 피해가 심각하다. 농가는 폭염 피해와 더불어 소득 감소까지 이어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생산량이 감소했지만 가격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9.91㏊(3만평) 규모로 밤농사를 짓는 오상록씨(48·공주시 사곡면)는 “수확을 위한 인건비가 11만∼12만원까지 올라가는 등 각종 비용은 크게 증가했는데 생산량은 30%나 줄고 가격은 지난해 수준이어서 수지타산이 거의 맞지 않는다”며 “폭염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전남 진도 겨울대파의 경우 9월 상·중순부터 겨울대파에 파밤나방·고자리파리·뿌리응애 등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대파 줄기에 붙은 파밤나방 애벌레. 진도=이시내 기자 ◆대파 병충해 확산, 양파는 재파종=겨울대파는 주산지인 전남 진도를 중심으로 9월 상·중순부터 파밤나방·고자리파리·뿌리응애 등이 확산되고 있다. 진도군 지산면에서 2만3140㎡(7000평) 규모로 대파농사를 짓는 김영화씨(65)는 “추석 때 쏟아진 폭우 이후 폭염이 잇따르다보니 나방들이 부화하고, 무름병을 비롯한 병충해가 급격하게 확산됐다”며 “1652㎡(500평) 밭에 심은 대파의 뿌리가 썩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피해가 심각한 밭은 면적의 5분의 1만 간신히 멀쩡하다”고 덧붙였다. 서진도농협 관계자는 “현재 정상적인 밭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1월말부터 출하를 시작하는데 정상품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출하시기가 1∼2달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폭염은 내년 수확을 좌우할 모종 생육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달말 양파 아주심기를 앞둔 전남 무안 등지에선 고온현상으로 종자 발아율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만6300㎡(1만1000평) 규모로 조생양파를 재배하는 유장수씨(70·무안군 현경면)는 “9월초 노지에 파종했는데 평년 발아율이 85%정도 된다면 올해는 70%로 떨어졌다”며 “농가 상당수가 이중·삼중으로 재파종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대파는 새순이 나기 시작했고, 양파는 수확하기까지 수개월의 여유가 있는 만큼 작황이 회복될 여력이 있어 폭염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산지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약제 등 우선 지원할 것”…강호동 회장 현장 점검=폭염 피해가 확산되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1일 경남 진주를 찾아 배 햇볕데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모색했다. 강 회장은 이날 진주문산농협 조합원인 한 농가를 찾아 배 햇볕데임 발생규모와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특히 햇볕데임이 농작물재해보험의 특약사항으로 돼 있는 터라 대부분 농가는 보상을 받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규석 진주문산농협 조합장은 “내년부터 교육지원사업비 등을 투입해 특약 가입을 지원하려고 하지만, 당장 올해가 문제”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강 회장은 “영양제 등 약제와 비료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해 내년도 농사에 차질이 없도록 돕겠다”며 “햇볕데임과 같은 문제는 농작물재해보험상 기본 보장 내용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정부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과실을 긴급하게 가공용으로 활용해 농가소득을 보전하는 방안도 찾기로 했다. 나주·영암·무안·함평=이시내, 포천=오영채, 제주=심재웅, 공주=서륜, 진주=김해대 기자 cine@nongmin.com